요즘 애들은 가라오케를 무슨 패스트푸드 주문하듯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마포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내 입장에서 보면 참 가소롭기 짝이 없다. 단체 예약을 잡을 때 단순히 인원수만 말하고 방을 달라고 하는 건, 전쟁터에 총 없이 나가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VIP 룸을 찾는다면 방의 크기뿐만 아니라 해당 룸이 가진 고유한 음향 설비나 냉방 효율, 그리고 화장실 동선까지 꼼꼼히 따져야 하는데, 그런 건 검색창에 검색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니 내가 직접 알려주는 수밖에 없다.
홍대 일대에서 단체로 술자리를 가질 때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소음 차단과 테이블 배치다. 십여 명이 넘는 인원이 한 방에 들어갈 때, 룸 구조가 길쭉한 직사각형인지 아니면 정사각형에 가까운지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좁고 긴 방은 맨 끝에 앉은 사람과 입구 쪽 사람이 대화 한 번 나누기도 버겁다. 내가 십 년 전 현역으로 뛸 때만 해도 룸 배정권은 실장의 자존심이었는데, 요즘은 그냥 비어 있으면 아무 데나 밀어 넣기 바쁘니 참 세상이 팍팍해졌다. 예약할 때는 반드시 방 구조가 회식이나 모임의 성격과 맞는지 물어봐야 한다.
합정 쪽 가라오케를 찾을 때도 알아야 할 팩트가 있다. 술값은 당연히 업체가 정하는 것이지만, VIP 룸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고 해서 다 같은 퀄리티가 아니다. 마이크 성능이 떨어지거나 앰프가 오래되어 노이즈가 발생하는 곳은 거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나는 손님들이 낸 돈이 아깝지 않아야 한다는 주의라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편이다. 예약할 때 그냥 좋은 방 달라고 하지 말고, 음향 기기 세팅이 최근에 점검되었는지 혹은 마이크가 무선인지 유선인지 구체적으로 질문해 보라. 대답이 어물쩍거린다면 거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가끔 예약 문의를 할 때 예의를 갖추는 척하면서 실속 없이 굴면 업주들은 오히려 대충 응대한다. 비즈니스 미팅이든 단순한 친구 모임이든 목적을 확실히 밝히고 요구 사항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예컨대 룸 내부에 별도의 휴식 공간이 있는지, 혹은 조명 조절이 세밀하게 가능한지 같은 정보는 직접 묻지 않으면 절대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다들 돈만 받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니까. 나처럼 이 바닥 생리를 꿰뚫고 있는 사람들은 예약하는 순간부터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대우할지 가늠이 되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런 기 싸움에서 너무 쉽게 밀린다. 현명한 이용자는 본인이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타격해서 원하는 조건을 쟁취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