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를 꽂는 순간 방 온도가 3도쯤 떨어진 느낌이었다. 파일 목록에는 내가 아는 프로젝트 코드명이 하나도 없었다. 내부고발자가 건넨 이 물건엔 FOIA로 풀린 문서와 확연히 다른 서브프로젝트 세 개의 실체가 담겨 있었다. 언론에 공개된 건 정갈하게 편집된 엑셀 시트 같은 거라면, 이건 누군가의 낙서와 메모로 얼룩진 연구 노트에 가까웠다.
청문회에서 사라진 코드명들
MKDELTA-17의 실체
MKDELTA-17은 기존에 알려진 MKDELTA 시리즈와 성격이 꽤 다르다. 일반적으로 MKDELTA는 해외 암살 및 특수 작전에 사용된 독성 물질 연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서브파일엔 '환경 통제 시설'이란 표현이 34회나 등장한다. 연구 대상도 생화학 물질이 아닌 '음향 주파수에 대한 집단 반응'으로 명시되어 있다.
원본 노트엔 1963년 11월부터 1964년 5월까지 매사추세츠주 데빈스 요양 시설 근처에서 진행된 실험 기록이 있다. 공개된 청문회 자료엔 이 장소가 완전히 빠져 있다. 내부고발자의 USB에선 참가자 사후 인터뷰까지 첨부되어 있는데, 내용을 보면 일반적인 LSD 실험과는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인다. 피실험자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동일한 환각 패턴을 경험한 것이다.
MOPNAOMI-11과 BLUEBIRD의 연결고리
MOPNAOMI는 본래 극비 생물학 무기 연구다. 그런데 MOPNAOMI-11 파일을 열어보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서브프로젝트는 1955년부터 1962년까지 존재했으며, 생물학이 아니라 정보 주입 기술을 연구했다. 내부 문서는 이걸 '수면 중 지시 전달'이라고 부른다.
이 지점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단순히 기밀해제 문서를 비교하는 작업이 아니라, 이걸 공개했을 때 어떤 파장이 생길지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홍대 단체 가라오케 예약할 때처럼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다.
팩트체크의 한계
이 USB 자료가 완전히 검증 가능한 건 아니다. MKDELTA-17의 실험 장소로 언급된 데빠스 요양소 근처에는 해당 시기 군사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런데 위키백과 마케팅 정의에서 보듯, 정보란 결국 맥락 속에서 해석되는 것 아닌가.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1977년 청문회 증언록에서 삭제된 부분과 USB 원본 사이의 교차 검증뿐이다. 예를 들어 고틀립이 '더 이상의 서브프로젝트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 후 위원회가 비공개 전환을 요청한 시점이, USB 속 MOPAOMI-11의 마지막 활동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 이런 작은 실타래들이 모여 뭔가를 형성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