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임대차 계약서를 들여다보는데, 업주가 펜으로 동그라미 쳐놓은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갱신 시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협의하여 월세 조정". 이 한 줄 때문에 권리를 포기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2023년 홍대 상권에서 사라진 가게들의 공통점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관찰 1: 트렌드에 올라탔다가 떨어진 곳들
2022년 7월 합정역 인근에 오픈한 A업소. 오픈 첫 달 월 매출 3800만원을 찍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1200개, 블로그 리뷰 280건. 화려한 인테리어와 'MZ 감성' 컨셉이 터진 거다. 그런데 2023년 2월, 월 매출이 950만원까지 떨어졌다. 리뷰 작성자 135명 중 재방문 기록이 있는 사람이 7명뿐이었다. 반면 2023년 3월 오픈한 B업소는 첫 달 매출 1200만원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12월 2100만원을 기록했다. 재방문 고객 비율이 34%였다는 게 핵심이다.
관찰 2: 계약 시점의 계산이 달랐다
2023년 여름 계약을 체결한 B업소 업주는 임대인이 2년 의무 기간을 요구했을 때, 4년 장기 임대차를 역제안했다.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10% 인하를 얻어냈다. "초기 18개월은 적자 시기일 것"이라고 감안하고 설계한 거다. 반면 홍대 메인 거리 폐업한 세 곳은 모두 2021년 9월~2022년 3월에 계약했다. 코로나 특수 상황에서 "리빌딩" 트렌드에 편승해 높은 권리금을 주고 입점했다. 현재 월 200만원 대여료는 그 시기에 40~50% 프리미엄이 붙은 액수다.
관찰 3: 단골 확보 방식의 차이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근처 A업소는 "소규모 단체 이용객 40% 할인"을 광고하며 월 평균 120팀을 유치했다. 반면 B업소는 상시 10% 할인과 생일 고객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을 운영했다. 월 80팀이지만 재방문율 43.7%. 단골 확보는 단순히 손님을 끌어오는 문제가 아니다. 재방문율, 단골 고객 비율, 월별 예약 증감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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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2022년 4분기 자료에 따르면 홍대 상권 권리금 분쟁 건수는 17건, 2021년 4분기 9건 대비 88.9% 증가했다. 분쟁 조정 신청 건 중 실제 합의까지 이른 비율은 41.2%에 불과했다. 권리금을 주고 입점했어도, 단골 고객을 확보했어도, 시스템이 없으면 결국 폐업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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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전 세 가지 확인 질문
임대차 계약서의 특약 조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권리금 반환 조건, 갱신 시 월세 조정 폭, 중도 해지 시 위약금 비율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주변 업소들의 가격 정책과 서비스 차별화 포인트를 파악해야 한다. 셔츠룸 뿐만 아니라 단체 가라오케, VIP 룸 등 유사 업종의 서비스 차이를 직접 체험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초기 18개월의 적자 시기를 견딜 수 있는 자금 계획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점검하지 않으면 홍대 상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